향기 있는 시간을 위하여 

/ 오은영

지난 2월 하순 열흘이 채 안 되는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이 짧아서였는지 여행 내내 시차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고 지금까지도 뒤죽박죽이 된 수면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시간 감각의 손상 같은 것(아마도 시차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지만)을 경험할 때면 종종 현실과 괴리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멀어진 그 현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익숙한 공간과 사물에 기댈 필요를 절감하곤 합니다. 늘 만나던 사람들, 머물던 장소, 사용하던 물건들. 그런 존재들을 느낌으로써 서서히 시간과 나를 밀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갈 수 없다면 / 덴마

최소한의 기본권인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화장실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져버린다. 이처럼 화장실은 가장 사적이지만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며, 화장실이 제시하는 ‘정상’의 기준은 일상적으로 사람들을 규율한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외면되는 이 사회의 단면이 공간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픽토그램부터 여성=치마, 남성=바지라는 표식으로 우리의 존재를 납작하게 만든다. 화장실이 그저 화장실일 수는 없을까?

잠깐, 오빠의 승리를 비는 거 말고요 / 김엘림

2022년 1월, 웬 편지 하나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군인 조롱 위문편지’ 논란이었죠. 내용도 그렇지만 그 이후의 신상털이, 사이버불링까지 관련 뉴스가 한동안 이어졌던 것을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처음 문제의 편지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느낌은, 뭐랄까요... 절반의 경악과 절반의 한탄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이런 거죠. “아직도 이런 걸 쓰고 있다고?”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게 

/ 가연

안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접근이 제한된 정보와 이를 빌미로 휘두르는 두려움의 정치는 국제 사회의 위계가 더해진 미군기지에서 극대화됩니다. 북한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군사적인 긴장감을 한껏 높이고 있는 지금, 미군은 이미 주둔하고 있는 기지들을 재배치하는 등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이미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조율하지도, 널리 알리지도 않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결정되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입니다.

더슬래시는, 

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언론을 표방합니다. 

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수많은 만남 속에서 변화하고 또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더슬래시는, 

그 변화의 방향이 ‘모두의 것으로서의 평화’를 향하도록 

고유한 속도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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