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북소리에 춤추지 않는 교육

그 귀여움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 푸른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는 말은 이 시대의 속담이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이 유머와 다정함, 순수함 같은 것을 점점 잃어가는 요즘, ‘귀여운 것’은 사람들이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마지막 ‘숨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기계처럼 강하고 똑똑하고 효율이 뛰어나야 살아남는 시대, 기계처럼 반듯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볼펜 꼭지에, 열쇠고리에, 손톱에 그려 넣은 그림에, 누구도 보지 않는 잠옷에, 마치 참을 수 없이 삐져나온 듯한 크고 작은 귀여움을 간직하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귀여운 건 못 잃어.’ 


 나도 귀여운 걸 못 참고 못 잃는 사람으로서, 귀여운 건 거의 옳고 이롭다고 생각한다. 사랑스러워야 귀엽기 때문에 상대를 향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시선이 전제되어 있다. 게다가 귀엽다는 생각은 너그럽다. 서투름과 실수도 안아주고 사랑스럽게 여겨주는 말이니까. 나는 첫 출산을 시작으로 쉼 없는 육아와 함께 따라온 쉴 새 없는 귀여움을 누리며 꽤 ‘평화’라는 말 가까이 살고 있다고 느꼈다. 아이의 존재는 평화 아닌 것을 떠올리기 힘들게 사랑과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떤 ‘귀여움’ 앞에서 멈칫 걸음을 멈췄다. 결코 멈춰 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인권조례, 군사주의에 저항하다 

 / 진냥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가 지역마다 잇따르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5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로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뜨겁게 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짠 듯이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충남과 서울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었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조례와 통합하는 보다 손쉬운 방식을 통해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조례가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제정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너무 ‘조직적’입니다. 우기택(2016)은 한국에서 인권이 “과잉 정치화”되었다고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딱 그런 느낌이지 않나요? 학생인권조례가 무엇이길래 전국적으로 제정운동이 불붙었다가 폐지 시도 역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도되는 걸까요?  


한국에서 학교 교육은 힘이 셉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 권리이고, 한국의 헌법 제31조 ①항에도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며, 권리로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교육은 모~두다 ‘의무교육’이거든요.의무취학제도에 따라 국가가 배정한 학교에 다니고, 국가/교육청이 발령한 교사에게 교육받을 의무를 가집니다. 요컨대 학교 교육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영역으로 많은 부분의 결정권을 국가/공급자가 가지는 반면, 학생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 ‘평화’특강을 하며 느끼는 점들! / 웨 노에 흐닌 쏘 (강선우)

지난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민아웅 흘라잉의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앙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문민정부를 너무도 쉽게 쫓아냈고 미얀마는 또 다시 군부독재의 과거로 돌아갔다. 70여년의 지난한 군부독재를 경험한 미얀마의 시민들은 쿠데타 초기부터 저항운동을 전개했고 해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 역시 반쿠데타 운동을 지지했으며 나 또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각종 사회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시작으로 가두집회,‘초중고 세계시민교육 학교 강연’, 시사주간지 기고, TV 패널 출연 등 미얀마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마다 않고 찾아다녔고 그것이 벌써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활동의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현황을 팩트 체크하며 그것을 전달하고 개인적 소견을 보태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 중에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초중고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특강을 할 때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특강 때 내가 맡은 부분은 세계시민교육(SDGs)의 여러 주제 중에 문화 다양성 항목이 있는데, 이중에서 소주제인 ‘평화’부분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 반쿠데타 운동의 전개 상황 및 군부의 잔인무도한 만행을 알림과 동시에 과거에 있었던 군부 쿠데타와 70여년의 군부독재의 일상, 그리고 그때마다 일어났던 시민저항운동을 비교 설명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로카티를 입은 어린이 

 / 김엘림

로카티가 뭐냐구요? 아마도 길을 오가며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가슴팍에는 “R.O.K.A”가, 왼쪽 소매에는 태극기가, 등에는 큰 글씨로 “KOREA ARMY”가 새겨져 있는 (주로 검은색이 제일 흔한) 반팔 티셔츠죠. 인터넷을 찾아보니 최소 2019년부터는 이미 유행이 시작된 듯합니다. 젊은 남성들이 주로 입고 다닐 땐 소위 ‘깔깔이’처럼 군대에서 입던 편한 옷 제대 후에도 그냥 입는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언젠가부턴 같은 또래의 여성들도, 나아가 조금 더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이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았죠.


얼마 전, 한 열한 살 어린이가 이 ‘ROKA’ 옷을 상하의 세트로 입고 나타나서는 제게 자랑을 했더랬어요. 아빠가 새로 사주셨는데, 사람들이 많이 입는 그 인기 있는 옷이라면서요. 입어보니 너무 시원하고 멋있다면서 잔뜩 신이 나서 조잘거렸습니다.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누구를 위한 개발일까? / 김가연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의 반환 미군기지 캠프페이지를 ‘도시재생혁신지구(이하 혁신지구)’로 개발하고자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9월 해당 지구가 혁신지구 후보지로 선정되었다고 알렸는데요. 이에 올해 6월 7일에는 캠프페이지 ‘개발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혁신지구 선정 결과는 8월 중 발표될 예정입니다. 


지난 글에서 밝힌 것처럼, 반환된 캠프페이지 부지의 활용을 두고 오랜 기간 다양한 결정들이 오갔는데요. 육동한 시장은 캠프페이지를 시민복합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에 시민들의 의견이 최종적으로 모아졌음에도 첨단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춘천 시민들과 시민사회,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시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것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사업이라는 사실도 문제의 한 축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오염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혁신지구 사업에 대한 반대가 일자, 춘천시는 국토부 심사를 앞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생겼고요. 7월 13일~ 18일 약 6일 동안 19세 이상 춘천 시민 1,0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도착한 미래’에도 끝나지 않은 

 산유국의 꿈 / 김지연

지금 한반도 해역은, 협정 기한이 도래하는 제주도 남쪽의 한일공동개발구역(7광구),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8광구, 6-1광구)의 석유·가스 개발계획으로 해양 유전 자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에 느닷없이 등장한 시대착오적인 산유국론은 48년 전 이미 같은 장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장면을 소환시켰다. 1976년과 2024년의 이 두 장면은 마치 오마주처럼 매우 닮아 있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Voltaire)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란 말이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듯했다. 


 그리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1851년 출간된 소설 <모비딕>을 떠오르게 했다. 이 소설은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가 커다란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한 사건을 바탕으로, 선원이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더해 창작된 것이다. 당시 시대 배경을 살펴보면, 근대로 접어들면서 기름의 수요가 계속 증가했지만, 석유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석탄으로는 충분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때 고래기름이 대중화되면서 포경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다. 특히 18세기부터 최상의 품질을 가진 기름을 얻을 수 있는 향유고래가 집중적으로 포획되었다.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나오는 경랍은 품질 좋은 양초의 원료로 주목받아 높은 가격에 팔렸다. 향유고래로 인생 역전을 노리던 소설 속 선원들은 오늘날 산유국의 꿈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대한민국 상황과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합니다 

/ 이원호

2023년 1월 말,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용산구 동자동 9-15번지 쪽방 건물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린 꽁꽁 언 건물의 얼음 계단을 위태롭게 내려오는 쪽방 주민의 사진이, 한 언론에 보도된 직후 취재 경쟁이 붙었다. 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 난방은 어떻게 하는지? 에너지 바우처는 받는지?…. 차가운 철제 난간을 붙들고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는 쪽방 주민들에게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당시 소위 ‘난방비 폭탄’ 이슈와 꽁꽁 언 쪽방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주목하며 에너지 바우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와 언론의 제안이 줄이었다. 정부와 지자체도 빈곤층에 대한 에너지비용 지원과 요금 감면 대책을 앞다투어 발표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선 동자동 쪽방 주민들은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합니다”라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너지 비용 지원이 쪽방의 꽁꽁 언 냉기도, 여름철 폭염의 열기도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개별 방에서 난방 조절이나 에너지 사용이 불가능한 쪽방의 물리적 구조와 에너지 사용에 관한 통제권이 없는 주민들에게 에너지 바우처는 무용지물과 같았다. 

작은 세계가 만드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 / 남어진

전기는 모두를 연결시킨다. 내 손의 핸드폰부터 지역과 지역을 잇는 철도까지 모두 전기로 작동한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와 같은 거대 규모의 산업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톱니바퀴들 중에서 전기는 가장 중요한 축 중에 하나이다. 사람들은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동하고 소비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전기는 물이나 공기처럼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이해할 필요가 없던 이야기들을 세상으로 꺼낸 사람들이 있다. 신고리 핵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하여 건설된 76만5000볼트 송전탑를 막기 위해 싸워온 밀양 할매, 할배들, 그리고 ‘밀양의 친구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이라고 불리는 싸움을 올해로 19년 째 계속하고 있다. 송전탑은 완공되었고 전기가 흐른지도 10년이지만 한국전력과 합의하지 않고 살아가는 140여 세대의 주민들이 있다. 

침묵이 언어라는 것

말할 자격 / 김엘림

1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공병 출신의 공학도 친구와 ‘지뢰 제거’를 놓고 격론을 벌이게 됐죠. 마침 저는 그 전에 모 시민단체에서 민북지역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보고서의 대인지뢰 파트 작성을 담당했던 터였습니다. 그는 지뢰 제거가 매우 위험한데다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M14(일명 ‘발목지뢰’) 제거는 불가능하다, 민북지역 지뢰 제거는 300년 400년이 걸린다는 한국군의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저는 지뢰 제거가 위험하고 복잡한 일은 맞지만, 한국군의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국제적인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고 반박했어요. 연구 당시 인터뷰했던 지뢰 제거 사업가의 해외 지뢰 제거 사례도 이야기해 보았지만, 제 말은 그에게 하나도 가닿지 못했습니다. 저는 군대에 간 적도, 갈 일도 없는 영원한 ‘미필’ 여자였으니까요. 그는 공병 출신인 자신을 앞에 두고 어린 미필 여성인 제가 지뢰 제거에 대한 견해를 내세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경험은 아주 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군대, 국방, 안보, 하여간 무엇이든 ‘나라 지키기’ 같은 환상과 엉키는 순간, 여성들의 목소리는 터무니없이 작아지곤 하거든요.   

캠프페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약속들 / 김가연

“캠프페이지를 ‘문화와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조성하겠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말입니다. 육 시장은 지난 6월 4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로 선정된 캠프페이지에 숲 조성과 함께 ‘관광(숙박)·첨단산업·주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허영(춘천갑) 의원은 지난 4월 16일 ‘춘천시와 함께 캠프페이지를 국가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조성하겠다’며 ‘주거 단지와 기업 유치 등 2조 원 규모의 개발에 방점’을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은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이 선출한 의사결정권자들인데요. 캠프페이지와 관련한 결정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표하고 있을까요? 


더슬래시는 춘천의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를 4년째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환되었지만 ‘모두의 것’이 되지 못하는 땅에 평화와 커먼즈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캠프페이지는 여전히 도마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할 뿐, 광활한 부지는 오염된 채 남아있습니다.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부지의 용도를 두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계획을 수립했다가도,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의 계획이 번복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육동한 춘천시장과 허영 국회의원도 거기에 한몫했습니다. 

 셀 수 없는 존재들의 지도
/ 문아영

야스쿠니, 뉴스로만 듣던 그 곳에 가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3월 말, 평화교육에 관심을 가지신 일본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동료와 도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중 하루를 스터티투어로 계획했는데, 오전에는 야스쿠니의 전쟁박물관인 류슈칸(ゆうしゅうかん)을, 오후에는 ‘액티브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WAM)’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그 옆에 붙어있는 아시아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 점이 곳곳에 찍혀 있는 지도였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본의 기지가 있던 지역들을 표시해둔 것이었는데, 아시아 전역에 걸쳐 수 많은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빨간 점들이 찍힌 지도를 마주하게 되었다. 액티브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WA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의 위치를 표시해둔 지도였다. 

또 하나의 벽돌을 쌓으며
/ 양성우

서울고등법원(2심)은 2023년 11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주장한 국가면제를 배척한 후, 일본국의 불법성과 책임을 인정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원고 승소)하였습니다. 여기서 ‘국가면제’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인데, 쉽게 말해 ‘국내 법원이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하여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일본 정부는 위 법리 뒤에 숨어 우리 법원의 재판절차에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이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국가면제가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원고들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원고 패소) 그런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 청구를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하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은 위 판결을 통해 일본국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80여년 만에 온전한 시민권을 취득한 것입니다.

죽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일 
/ 아츠타 케이코

중국의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 완아이화(万爱花, Wan Aihua)님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13년 여름이었다. 나는 당시 대학원생으로, 중국 산시성의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의 대일 재판 투쟁을 지원해 온, ‘산시성일본군성폭력실태를밝히는모임’의 이시다 요네코(石田米子)등과 동행하고 있었다.


완아이화님은 일본군‘위안부’라는 명칭은 2차 피해라고 딱 잘라서 끊임없이 주장해 온 사람이다. 완아이화님을 보면서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들의 재판투쟁이 국제적인 인권운동으로 확장되었고, 이를 통해 생존자들의 권리의식이 회복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인권운동가로 거듭났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완아이화님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한껏 차려 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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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미군기지가 막아버린 것은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인터뷰 / 가연

2020년부터 피스모모는 춘천의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를 평화커먼즈의 현장으로 삼고있습니다. 캠프페이지 반환 과정과 이후 부지 사용과 얽힌 여러 의사 결정 과정들을 눈여겨보았어요. 그때 귀감이 된 사례는 인천의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마켓이었는데요. 캠프마켓은 캠프페이지와 다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인천시에 ‘캠프마켓과’라는 담당 부서도 있었고, ‘캠프마켓의 오늘&내일’이라는 시민들을 위한 정보 센터도 있었어요. 시 주도로 아카이빙 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한편, 시민참여위원회도 구성되어 해당 부지를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캠프페이지가 춘천시 시정 변화에 따라 들끓었다 식었다를 반복하였고, 다시 빈 공간으로 남겨졌지요. 그 사이 캠프마켓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기억이 짙어지는 시간, 마을이 함께 한 세월호 10년 / 조미수

그 날 나는 식당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화면엔 선박 사고 뉴스가 떴고, 그 때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듯 ‘전원 구조’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버렸다. 터무니없는 참사의 전모를 파악하기까지 남들보다 좀 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정보를 수집할 한국어도 부족했고, 이 사태를 자세히 알려줄 가까운 지인도 거의 없었다. 2014년 3월, 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 전 해에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석사과정 수업을 마치고 원래 살던 일본으로 돌아간 후, 논문을 쓰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옮겨 온 터였다. 4월 16일은 서울 강북구의 원룸에 이사온 지 겨우 47일째가 된 날이었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 10년은 나의 한국살이 시간과 맞물려 있다. 당시는 이렇게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 줄은, 더구나 그 중 8년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와 15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 다이묘의 사정 

/ 김엘림 

<파묘>의 인기가 끊이질 않습니다. 2024년 2월 22일 개봉한 영화가 4월 초 현재까지도 상당히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지요. 개봉 한 달만인 3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덕분에 3월 한국 영화 월별 매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비율도 3위까지 올라섰고, 해외 반응도 뜨겁다는 평입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는 영화의 이런저런 디테일을 찾아내고 나름의 해석을 풀어내는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저도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꽤 많은 걸 검색했더랬어요. 우선은 다이묘(大名)*가 분노에 가득 차 마구 쏟아내던 말들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데다, 다 차치하고 ‘그 다이묘 너무 불쌍한 거 아니야?’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반전(反戰) 영화다.

익숙한 장면과 잘못된 가설을 의심하며 

/ 이태영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여러 가지 약속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경기 고양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해제를 약속했고, 1월 25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GTX 계획을 발표했다. 2월 13일 부산을 방문해서는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한 추진 약속과 함께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발표했고, 2월 16일 대전에서는 광역급행철도의 조기 착수를 약속했다. 2월 21일 울산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2월 22일 경남 창원에서는 원전 투자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드물었던 이와 같은 ‘민생’ 행보에 대통령의 이러한 약속들이 사실상 여당의 총선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2024.02.23. 한겨레신문 「‘총선 선대위원장’ 윤 대통령…민생토론 가는 곳마다 지역공약」). 맞는 말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냐는 반론도 등장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더 나은 정치를 향한 젠더적 상상 

- 더 많은 공간 침입자를 기대하며 

/ 이재정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거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제 주변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친구들은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국회나 정당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각자 캠프에 소속되어 바쁘게 움직입니다. 게다가 직접 출마에 도전하는 친구들까지 더해져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다단 합니다. 


 저는 그동안 여성단체 활동가로, 이후엔 국회 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여성폭력과 차별 해소를 위한 여러 입법과 정책을 다뤘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는 캠프에서 성평등 공약을 제안하고, 후보자가 성평등 관련 메시지를 내도록 다각도로 개입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복잡해진 마음을 소화해낼 길이 없어, 현재는 국회를 떠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몸이 떠나면 마음도 멀어지려나 했는데, 주변이 이런 상황이니 선거를 앞두고 괜시리 저역시 마음이 바쁩니다. 

법을 짓는 시민들의 마음 

- 이보라 전 보좌관 인터뷰 

/ 가연

“이제는 우리 준법 시민만 하지 말고 ‘입법 시민’으로도 살아봐요” 


 2023년 말, <법 짓는 마음, 유유, 2023>을 낸 이보라 전 국회 보좌관의 말이다. 법을 지킬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준법 시민’이 되라고 오랜 교육을 받았지만, ‘입법 시민’이 되는 방법은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던 것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사정이다. 보라 님은 12년 동안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하다가 퇴직한 후,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시민들의 권리를 지킬 언어를 만드는 일이 입법이라고 정의하면서, 시민들도 이제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한다는 바람을 다양한 자리에서 공유하고 있다. 더슬래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의 권리와 책무,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할 공간을 새롭게 제안하면서, 보라 님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ㅇㅇ을 상상할 수 있다면

 2023 서울 ADEX 현장의 기록 / S.M. Han

버스에서 내리자, 머리 위로 폭격기들이 굉음을 내며 날아오르는 소리가 귀에 꽂힙니다. 정장 차림에 잘 닦은 구두를 신은 남성 무리들은 서울공항으로 입장하는 줄을 찾아 앞다투어 걸어갑니다. 몇몇은 방위산업체 소속을 알리는 배지를 목에 걸고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주고 받습니다. 2023년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 공군기지에서 2년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현장입니다. ADEX 주최측은 이 박람회가 국방 관계자와 기업 대표 간의 사업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종합 방위산업 전시회"라고 자랑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중요한 냉전 동맹국이자 2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미군 기지가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 군사 제국’의 핵심 국가인 한국이 ADEX를 개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2013년부터 엑스포가 열릴 때마다 ADEX의 활동가들은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삶의 조건이 되고 있는 군사의 일상화에 결정적인 혼돈을 일으키는 도전을 거듭했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You can also read S.M. Han's article, "Fieldnotes from Seoul ADEX 2023" in English, HERE.

 군대와 가정, 동시에 사랑하진 말라고요? /김엘림

굳이 군대를? 하필 사랑을? 그렇지만 어떻게 군대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잠시 접어두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각기 다른 것들을 사랑하곤 하지요.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업, 자신이 속한 공동체, 자신이 서고 싶은 숱한 자리들 역시 나름의 모양대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것은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의 다른 이름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 사랑을 국가가 나서서 막아버린다면, “이런 사랑은 안 돼”하며 당신을 돌려세운다면요?


‘이게 무슨 나라냐’ 싶은 그 일들이, 불과 70여 년 전만 해도 아주 흔하고 당연한 일이었음을 아실 겁니다. 군에 있던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죠. 국가는 대놓고 요구합니다. ‘결혼하라’, ‘아이를 낳아라’, ‘그러려면 군에서 나가라’. 그들을 군으로 불러모은 것은 국가였는데도요. 그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고, 나와 내 가족과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모아 녹록지 않은 길을 굳이 선택한 여성들에게요.

 우리는 1만개의 찬란한 우주를 잃었다 

/ 한수정

이러한 취지로 생산된 공정무역 제품 중 가장 직접적으로 평화운동에 기여하는 것이 ‘올리브 오일’이다. 이스라엘 군경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 - 땅을 빼앗고, 올리브 나무를 불태우며, 사람들을 몰아내는 – 에 맞서, 에 맞서, 묵묵히 농사를 지으며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올리브 오일. 나는, 이 현장을 공정무역 활동가로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2023년 9월 30일, 그렇게 팔레스타인에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10월 5일부터 시작한 ‘팔레스타인 평화기행’. 서안(West Bank)의 대표적인 도시 나블러스, 라말라 등지에서 지역 NGO, 여성 단체, 반이스라엘 캠페인 단체 등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불법점령으로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자기 땅에서 난민이 되는 사람들. 온 사회가 병영이 되었을 때, 더욱 큰 억압을 당하는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8미터의 거대한 분리 장벽은 그 실체 자체로 사람을 무릎 꿇리는 거대한 억압이었다. 그럼에도 그 한켠 개인의 진보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보석같은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 림 자이툰

"전쟁이 어떻게 삶을 파괴하고 있나요." 


 이 질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활동가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질문 자체에 이미 답이 들어 있지요. 전쟁은 파괴적입니다. 점령 또한 파괴적이고 삶에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여성들은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통과하려고 검문소에서 줄을 서있는 동안 출산을 해야합니다. 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점령은 적게는 일상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정도이지만, 많게는 고통스럽고 불안한 일상을 끊임없이 지속시킵니다. 그러나 가자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은 점령의 차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우리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우리의 행동과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You can also read Reem Zaitoon's article, "The Time granted to us for Palestine" in English, HERE.

10월 7일의 비극을 목격하며 

/ 샤론 홀롬베

우리 대부분이 지금 이 순간 '그들'의 아픔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아기, 여자, 노인, 민간인,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잘못이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동물/나치/괴물/악마라는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도 똑같지 않나요? 우리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일이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고,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동안 피해자의 눈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면요? 아니면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렇게 하도록 허락한다면요? 맥락이 어떻든 간에요? 결국, '그들'도 '우리'에 대한 폭력에 대한 많은 설명과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당성은 결코 덜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You can also read Sharon Hollombe's article, "After witnessing the tragedy of October 7th" in English, HERE.

바람이 부네요 / 강은빈

가을 바람에 코가 시큰거린다. 마침 오늘 밤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부네요'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작년 이 맘때까지만 해도 나는 서울역 11번 출구 앞 건물을 끼고 우측으로 돌면 보이는 동자동 골목길을 수시로 오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싶다. 17세기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중력이 작동한다고 했다. 질량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나는 마음에도 중력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으로 연결된 관계 사이에 어떤 구체적인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선 바쁜 일정 와중에도 한 사람을 위해 낯설고 비좁은 골목을 드나들었던 나의 발걸음을 설명할 수 없다.

분노에서 사랑으로 / 윤나리

 2018년 봄, 처음으로 도살장으로 실려가는 돼지를 만났다. 돼지들은 충혈된 눈으로 차 밖의 인간들을 살피며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서 있고자 서로 엎치락뒤치락 움직였다. 현실감 없이 멍한 찰나, 마주친 그들의 눈동자가 나와 다를 바가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존재를 눈에 담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그들이 떠나고, 도살장에서는 마치 주차장 타이어 마찰음 같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원하는 자리로 돌아올 권리

무력감을 이겨내기, 전쟁에 지지 않는 우리의 전략

/ 뭉치

무기박람회 철이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무기박람회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날 이후로, 매번 무기박람회가 다가오면 꿈 속에선 폭격이 벌어지거나, 총을 든 군인들의 기습 공격이 펼쳐진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폭탄이 떨어지는데 고양이들을 데리고 20층 계단을 내려가지 못해 절망하거나,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게릴라 공격에 휩쓸려 숨죽인 채 몸을 숨기는 그런 꿈들을 꾼다. 그렇게 꿈 속을 헤매다 아침이 찾아오면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출근 도장을 찍고 모니터 앞에 앉으면 메일을 통해 밤 사이에 일어난 세계 각지의 공습, 민간인 학살, 탄압 소식이 전해져 온다. 지난 밤 내가 꿈에서 겪은 일을 누군가는 현실에서 겪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팔레스타인, 웨스트파푸아, 예멘, 파키스탄에서 말이다. 이 곳들에서 폭력과 갈등이 격화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폭력의 도구가 되는 무기를 사고 파는 사람들. 그 무기상인들이 모여들어 피 묻은 돈을 주고 받는 곳이 바로 무기박람회다.

똑 닮은 어떤 거리들의 풍경 

/ 진선

항구 뒤에 있는 요코스카의 주요 거리를 돌아보았다. 오키나와나 동두천, 평택을 다녀온 입장에서 요코스카의 거리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요코스카의 특색이 더해진 스카잔(요코스카의 주일 미군들이 낙하산 천 등으로 만든 점퍼에 동양풍 자수를 넣은 것에서 유래함) 정도만 빼면 군사문화를 관광상품으로 소비하고 있는 풍경도, 미군들에 의해/미군을 위해 지어진 온갖 이국적인 가게들도 전형적인 미군 기지 근처의 모습 같았다.  함께 필드워크에 참여한 한국 기지촌 여성 연구자는, 길을 걸으며 당시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고 있었을 만한 장소들을 짚어내기도 했다. 기지 반대 운동 소개 후에 해당 여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활동가들에게 질문했을 때, 아무도 그들의 행방을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국가라는 주체들에 의해 폭력에 휘둘리는 약자들 사이에도 이른바 순위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약한 존재일수록 더 쉽게 잊히고 만다. 갈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과정 자체가 평화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한 일이었다.

조금도 멋지지 않은 

/ 김엘림

공간사의 기록 속에서나 당대 언론의 보도들에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참전 경험에서도 ‘사실은 이들이 무서워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도통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느낄 법한 두려움이나 공포, 순간순간 흔들리는 마음들에도 공적 역사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감정들은 이들의 용감함과 애국심, 영웅성을 보여주는 데 불필요한 것을 넘어서 되려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공적 역사의 기록 속에서 여군들은 ‘나약한 여성의 몸’을 극복했을지언정, ‘무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감정들은 그들의 공적을 드높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삭제되어버리고, 남은 것은 ‘군인다움’을 보여주는 수식어들뿐이죠. 하지만 전쟁의 진짜 모습은 그런 굳어버린 글들에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온전히 흡수하는 일: 평화하기 투어리즘 

/ 카지 히로모토 (한국어/日本語)

이태원은 말할 필요도 없이 '평화하기' 투어리즘의 현장입니다. 다양한 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사고가 난 지 9개월 정도 지난 2023년 7월 26일, 피스모모의 초청으로 ‘COMPSA 2023: 모두의 것으로서의 평화와 안보’ 컨퍼런스에 참가한 후 저는 인천공항이 아닌 이태원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서울을 방문하기로 결정된 이후, 저는 이 현장에서 ‘소리 없는 “기억”'에 귀를 기울이고 온전히 흡수해내야한다는(‘그렇게 하고 싶다’와 같은 개인의 욕구와는 다른) 책무를 느꼈습니다.

착취의 장소에 대한 감각 in 베트남 / 이슬기

숙소에 돌아왔는데도 코점막에 그 비릿한 냄새가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계속 그 냄새에 노출되어 살고 있을텐데... 누가 냄새를 안 맡고 살 수 있고, 누가 냄새를 맡아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그로 인해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 어느 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는지, 이런 것들이 위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글로벌화된 산업체제 속에서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에 대해, 여기에 나는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에 대해, 착취의 지정학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주불능' 지역으로 내몰리는 존재들 / 김지연

수십 년 안에 국토 전체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위기에 직면한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으로 일종의 가상국가인 디지털 국가(Digital Twin)를 제시했다. 이는 투발루라는 국가가 존재했다는 기록을 보존하는데 그 목적을 지니고 있다. 앞서 투발루는 영토가 사라지더라도 합법적으로 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대로라면 통상 국가 구성의 3요소 중 하나인 영토가 삭제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투발루에 이어 몰디브, 마셜 군도 등 태평양 섬나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소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장소를 기반으로 한 로컬·커뮤니티의 역사와 문화 소멸이 연쇄적으로 진행되면서 다양성이 가진 힘을 점점 상실해간다는 것이다. 이는 생존을 위한 다양성 확보는 비단 생태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 '자격 없음'을 거부합니다

를 돌보는 춤, 

훌라를 다시 추기까지 

/ 한나 

어릴 때부터 춤을 추고 싶어했지만, 동시에 춤추는 걸 두려워했다. “넌 발레를 배우기엔 유연하지 않아.” “장기자랑을 서기에는 춤 실력이 좀 모자란걸?“ ”음....약간 어색하고 부족해.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러다 2016년 가을, 우연히 훌라를 만났을 때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마음이 편했던 댄스 시간이었다. 잘 추고, 못 추고를 그 누구도 판단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어느 날은 두 손으로 심장 모양으로 만들어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비치 보이가 있는 바닷가를 상상하며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도 했다. 태양과 파도를 내 손으로 만들어낼 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신이 났다. 스무 해 넘게 긴장하고 있던 내 몸은 평화로운 노래와 춤에 홀리듯 이끌렸다. 그때 내 본능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훌라를 추면 내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겠구나. 나를 더 잘 돌볼 수 있겠구나!

[+오디오]여군, 여성에 갇혀버린 / 엘림

남자만큼, 아니 남자보다 더 뛰어나야 했던 그 시절 여군들은, 그래서 진짜 군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제 답은 ‘그렇다’이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다’입니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 하면… 여군들은 성공했지만, 군과 사회는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군은 당시의 여군들을 여성-‘군인’이기보다 ‘여성’-군인으로 취급함으로써, 이들을 온전한 군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상상된’ 남성과 싸워야만 했던 여군들은 남자의 몸을 갖지 않았다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늘 2등 군인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여자의용군을 그려내는 수식어로 흔히 사용됐던 ‘어린 딸들, 연약한 몸, 나약한 소녀’ 따위의 표현들은 이들이 정규군이 되고서도 여성의 몸을 벗어날 수 없었음을 보여주죠.

불안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정감을 찾아갈 수 있을까?

/ 홍주리

내가 자란 집은 무척 엄한 분위기였다. 단 한시도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친구 집에서 놀다가 늦게 귀가를 한다거나 방이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으면 종아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맞으며 폭언을 들어야 했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가출을 하는 꿈을 꿨다. 반대로 5살 아래의 남동생은, 조금이라도 자기 몸에 회초리가 닿을 것 같으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것보다 훨씬 크게 혼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느라 잘못을 빌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동생은 나보다 빨리 잘못을 인정했고 나보다 덜 맞고 덜 혼났다. 그래서 나와 동생의 집에 대한 기억은 다르다. 동생은 집보다 바깥이 더 무서웠고 나는 집이 너무 무서워서 바깥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4년 전인 2019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은 집으로 틀어박혔고 나는 오히려 밖으로 더 나돌아다녔다. 이런저런 시민사회단체 활동들을 하면서도, 내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냥 나와 내 가족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다거나 직면하려 하지 않았다.

[+오디오]그들이 숨기는 방식 / 가연

1970년대부터 필리핀 내 미군 주둔과 핵무기 사용 반대 활동을 조직하고 있는 코라존 파브로스(Corazon Valdez Fabros)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더슬래시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동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2023년 들어 일본과 한국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와 필리핀은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한 층 강화하고 있고, 미군기지를 개선 및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 또한 4월 3일, 미군이 사용할 기지 4곳의 위치를 밝히며, 미군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군사 기지 ‘인프라 투자’에 8,200만 달러가 넘게 ‘자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라는 이러한 국방 예산 투입을 통한 군 시설 현대화는 결국 필리핀 내 미군기지 설치를 위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무업기간에도 안전할 수 있다면

/ 박은미


2019년 30대 후반의 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니트족이었다. 일하지도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약직 일을 전전하며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하지만 더 괴로웠던 건 앞으로도 내 이력서로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거란 사실이었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게 아니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 지방대 출신, 6번의 무업기간, 가임기여성, 이력서에 내세울 기술이나 특별한 커리어가 없는 나는 구직시장에서 쉽게 배제되었다. 반복적인 구직실패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자기혐오로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나만 이런가?’ 마지막 무업기간을 보내며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 사회와 단절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동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과 함께 무업기간을 활력있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니트생활자 활동의 시작이었다.

노동, 자본주의 피라미드를 비틀다

 청소년 노동권, 

총체적 권리로 접근해야 / 이수정

청소년과 노동, 그리고 인권이 만나는 현장에는 늘 ‘청소년이 무슨 노동이냐’는 질문이 있다. 마치 편의점, 식당, 스터디 카페, 제조업체 포장 라인, 뮤지컬 극장 무대 위에 있는 청소년 노동자가 안 보이는 것처럼 묻는다. 우리 곁에 있는 청소년 노동자는 플랫폼 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영상 편집을 하고, 따뜻한 음식을 배달해 준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학습하느라 중노동에 시달리고, 집안일을 하느라,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임금노동이든 비임금 노동이든 청소년의 삶은 결코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청소년과 노동, 인권 사이 거리는 멀기만 하다.

남자만큼, 아니 남자보다 더! 

/ 김엘림

여자의용군 모집 경쟁률이 그리도 높았다는데, 육군은 과연 어떤 여성들을 뽑았던 걸까요? 모집과 선발, 훈련, 배치 및 그 이후의 복무 전반에 이르기까지 여자의용군은 남성들만큼, 아니 남성들보다 더 우수하고 더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요구받았습니다. 남성들만의 공간인 군에 여성이 들어오려면, 일반 남성 사병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차별화’가 가능해야 했던 것이죠. 가장 손쉽고 명확한 차별화의 지점은 바로 ‘학력’이었습니다. 

정치 산업 내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해지려면/ 박혜민

2020년 가을, 회사를 관두고 쉬는 중에 바쁠 때는 잘 들리지 않던 정치 소식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평화로운 일상에 방해가 되는 걸 넘어서 우울감을 줬다. 실망스러운 사건이나 상황도 마음을 갉아 먹었지만 나를 애닳게 한 건 나와 내 친구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거였다. 선거 때면 매번 되풀이하던 왜 자꾸 비슷한 사람들이 또 나오는 거냐는 푸념에 백수의 한가함이 더해져 어느새 진지한 질문이 되었다. 내 또래는 몇 명이나 있는지 궁금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에서 여러 통계 자료를 뒤적이다가 생각보다 너무 낮은 비율에 놀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만 39세 이하 정치인은 전체의 6%, 후보자 비율은 전체의 7% 였다.

모두의 힘을 아는 사람

/ 가연

주일 미군 기지의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곳, 오키나와. 그 곳에서 나고 자란 이는 미군기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오키나와 반환 50주년이었던 지난 2022년 5월,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여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출신의 진시로 모토야마(Jinshiro Motoyama, 이후 진시로)님의 이야기입니다.

 향기 있는 시간을 위하여 

/ 오은영

지난 2월 하순 열흘이 채 안 되는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이 짧아서였는지 여행 내내 시차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고 지금까지도 뒤죽박죽이 된 수면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시간 감각의 손상 같은 것(아마도 시차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지만)을 경험할 때면 종종 현실과 괴리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멀어진 그 현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익숙한 공간과 사물에 기댈 필요를 절감하곤 합니다. 늘 만나던 사람들, 머물던 장소, 사용하던 물건들. 그런 존재들을 느낌으로써 서서히 시간과 나를 밀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갈 수 없다면 / 덴마

최소한의 기본권인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화장실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져버린다. 이처럼 화장실은 가장 사적이지만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며, 화장실이 제시하는 ‘정상’의 기준은 일상적으로 사람들을 규율한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외면되는 이 사회의 단면이 공간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픽토그램부터 여성=치마, 남성=바지라는 표식으로 우리의 존재를 납작하게 만든다. 화장실이 그저 화장실일 수는 없을까?

잠깐, 오빠의 승리를 비는 거 말고요 / 김엘림

2022년 1월, 웬 편지 하나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군인 조롱 위문편지’ 논란이었죠. 내용도 그렇지만 그 이후의 신상털이, 사이버불링까지 관련 뉴스가 한동안 이어졌던 것을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처음 문제의 편지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느낌은, 뭐랄까요... 절반의 경악과 절반의 한탄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이런 거죠. “아직도 이런 걸 쓰고 있다고?”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게 

/ 가연

안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접근이 제한된 정보와 이를 빌미로 휘두르는 두려움의 정치는 국제 사회의 위계가 더해진 미군기지에서 극대화됩니다. 북한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군사적인 긴장감을 한껏 높이고 있는 지금, 미군은 이미 주둔하고 있는 기지들을 재배치하는 등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이미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조율하지도, 널리 알리지도 않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결정되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입니다.

더슬래시는, 

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언론을 표방합니다. 

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수많은 만남 속에서 변화하고 또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더슬래시는, 

그 변화의 방향이 ‘모두의 것으로서의 평화’를 향하도록 

고유한 속도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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